2013년도_우수_[기후변화이해]_김순태교수
환경공학과_이상현
전공 책을 수놓은 셀 수 없이 많은 적분 기호들, 삼각함수, 공학용 계산기, 매일같이 쏟아지는 많은 과제량... 공대의 이론수업의 분위기를 표현할 때 누구나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전형적인 요소들이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은 이론수업을 통해 기초적인 전공지식을 쌓고자 할 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요소들로만 정형화된 수업은 점차 수업에 대한 동기나 흥미를 떨어뜨리기고 하고 이로 인해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만족도나 성취도가 반감되기도 한다. 특히 많은 이론 과목수업들은 수학이나 역학에 관한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업 시작 전부터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유무형의 부담을 주기도 하는 것이 오늘날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공대의 수업풍경이기도 하다.
여느 공대의 전공이론수업들이 그래 왔던 것처럼 내가 이전까지 수강했던 다른 전공수업들 또한 위와 같은 정형화된 패턴의 강의가 대부분이었고, 이로 인해 수업에 대한 흥미나 집중도가 이전까지의 기초과목이나 교양과목에 비해 크게 떨어졌고, 그 결과는 수업에 대한 성취도에까지 영향을 미쳐 성적에까지 영향을 주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인지 처음 입학했던 때와는 달리 수업에 대한 나의 자신감이나 성취욕구가 이전보다 크게 떨어진 상태였고, 진로에 대한 불안과 같은 다른 요소까지 겹쳐서 한동안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수강하게 된 김순태 교수님의 <기후변화이해> 강의는 기존까지 내가 알고 있던 정형화된 공대 이론수업의 패턴에 대한 편견을 말끔하게 날려주는 계기가 되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 이 강의를 수강하게 된 계기는 강의 제목에서 교양과목과 같은 무난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는데, 그동안의 공대의 이론중심의 강의수업에서 많이 지쳐있었던 나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선물이라도 주어야지’라는 생각으로 강의를 수강하게 되었다.
물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선물’정도로 안일하게 생각하고 들어간 강의에 대한 나의 소박한 꿈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먼저 수업에 대한 첫 번째 부담은 권장대상이 3학년 이상인 수업이었기 때문에 2학년이었던 나보다 훨씬 전공 배경지식이 많은 선배들과 수업을 같이 들어야 한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로는 이론수업이지만 팀별 과제해결을 통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점이었다.
한편 김순태 교수님의 이론수업은 이전까지의 이론수업들과 몇 가지 큰 차이가 있었는데, 먼저 수업에서 다루었던 내용들에 대하여 수업 중간 중간마다 질문을 통해 이해 정도를 지속적으로 확인하신다는 점이었다. 이는 보통 수업 말미에 “오늘 수업 중에 질문 있는 사람?”이라는 짧고 굵은 질문으로 대표되는 기존 이론중심 강의의 스타일과는 분명 크게 다른 모습이었고, 덕분에 질문하고자 하는 내용을 시간이나 분위기에 구애받지 않고 질문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특별했던 점은 수업시간에 다루는 이론들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듣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이해>라는 과목은 공대 내의 다른 이론과목들과는 달리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배우는 학문인데, 이러한 학문적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이론 및 가설이 수업 중에 자주 소개되곤 한다. 교수님의 수업에서는 단순한 이론 및 가설에 대한 소개를 넘어서 이들에 대한 과학적 타당성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수업시간을 통해 공유함으로써 관련 이론에 대한 이론적 이해를 높임과 동시에 사고에 대한 외연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했다.
마지막으로 이전의 이론수업들과 다른 <기후변화이해> 수업의 특징으로는 전공교재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다는 점이다. 보통의 전공이론수업의 경우, 전공교재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과제의 경우 전공교재의 예제나 연습문제를 레포트 형식으로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기후변화이해> 수업에서는 이러한 일반적인 이론위주 전공수업의 패턴이 아닌 새로운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일례로 이 수업의 경우, 학습을 위한 추천 참고도서는 있지만 수업시간에 사용하는 별도의 전공서적이 지정되어 있지 않은 수업이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과제수행과정에서 이전 수업들과는 다른 양상을 나타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먼저 개인과제의 경우 ‘지구온난화 논쟁에 대한 과학적 찬반근거를 바탕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이론’에 대해 레포트 형식으로 제출하는 것이었는데, 이전에 수행했던 과제들과 달리 과제 제출 시 레포트 형식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 큰 인상을 남겼다. 이와 같은 자유분방함 덕분에 학생들이 과제를 수행하는데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경로들(다큐멘터리, 해외 서적, 논문, 해외 기상청 자료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학생들 각각의 강점 및 창의성을 살린 다양한 형태(에세이, 논문, 프레젠테이션 등)의 결과물로 도출되게 되었다. 두 번째로 수행된 팀별 프로젝트의 경우, 수업시간에 학습한 다양한 기후모델을 바탕으로 각각 합리적인 방법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고유한 기후모델을 설계하여 계산을 도출하는 것이었는데, 이론 위주의 강의에서 팀별 프로젝트 활동을 수행한다는 점도 신선했지만, 컴퓨터 프로그램 및 프로그래밍 코드를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를 통해 기초과목 이수를 통해 그동안 학습했던 ‘MATLAB’이나 ‘Visual Basic’등과 같은 기초적 프로그래밍 지식과 전공과목에 대한 이론적 지식을 융합하는 계기가 됨으로써 특히 공학 분야에 있어서의 실무적 업무수행능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한편 이러한 방법론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신선한 변화보다 이 수업을 인상적으로 느끼게 만들었던 것은 조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간 동안 교수님과 학생간의 자유로운 의견교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자칫 딱딱하고 무미건조하게 흘러갈 수 있는 수업에 큰 활력소를 불어넣어 한 학기동안 생동감이 넘치는 수업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경영학 용어 중에 ‘게임체인저’라는 용어가 있다고 한다. 이 용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나 사건’을 지칭하는 용어라고 하는데,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할 때, 김순태 교수님의 <기후변화이해> 수업은 강의 측면에서나 개인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게임체인저’라고 부를만 하다고 생각한다. 강의적인 측면에서는 공대 내의 기존의 정형화된 강의의 틀을 깨고, 다양한 방법과 상호간 소통을 통해 학생들에게 크게 동기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이론수업의 게임체인저’라고 충분히 생각된다. 또한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지난 시간 가야할 방향을 잃고 방황했던 시간 중의 낮은 성취욕구와 수업성취도를 크게 끌어올려 이전과는 다른 개선된 성과를 이루었다는 점에서도 가히 ‘삶의 게임체인저’가 되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강의실에서 만난 뜻밖의 ‘게임체인저’. 벌써부터 다음 학기에는 어떤 ‘게임체인저’를 만날 수 있을지 두근거려진다.